낭만을 품고 가평 자라섬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해서 준비 없이 가면 고생만 한다. 자라섬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육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멋모르고 산들바람을 기대했다가 텐트가 찢어지거나 타프가 날아가는 꼴을 자주 봤다. 이 글은 쓸데없는 감성 빼고 오직 생존과 장비 보존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만 적는다. 자라섬 캠핑을 제대로 하려면 바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선 텐트를 고정하는 팩은 기본 제공되는 얇은 쇠꼬챙이를 쓰면 틀림없이 뽑힌다. 자라섬 캠핑장 바닥은 비가 오면 쉽게 물러지고 바람이 불면 쉽게 뽑히는 흙이다. 적어도 한 뼘 길이보다 훨씬 긴 장팩을 여럿 챙겨서 깊숙이 박아야 한밤중에 텐트가 날아가는 참사를 막는다. 귀찮다고 대충 망치질하고 술이나 마실 생각이라면 차라리 캠핑을 접고 집에서 자는 편이 낫다. 밤새 펄럭이는 소리에 잠을 설쳐보면 왜 이런 잔소리를 하는지 알게 된다.
자리 선정도 중요하다. 나무 그늘이 풍부한 구역은 해를 가려주지만 반대로 바람길이 열려 있어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반면 탁 트인 잔디 구역은 낮에는 뜨겁지만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방향으로 텐트를 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무조건 그늘만 고집하다가 강풍에 장비 다 깨먹고 울상 짓지 말고 바람 방향부터 살피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특히 강가와 가까운 구역일수록 경치는 좋지만 야간 강풍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지막으로 가평의 밤 온도는 생각보다 훨씬 낮게 떨어진다. 강물에서 피어오르는 습기 때문에 뼈가 시린 추위가 몰려온다. 낮에 좀 덥다고 얇은 옷만 챙겼다가는 감기 걸려 오기 십상이다. 침낭은 두툼하게 준비하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을 매트도 제대로 깔아야 몸을 지킨다. 고생 사서 하러 가는 캠핑이라지만 최소한 건강은 상하지 않아야 다음에도 또 갈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장비 아끼고 몸 아끼는 게 결국 남는 거다.